치매 아버지의 통장을 지키기 위해 성년후견인이 되기까지
본 사례는 저희 법무법인 이현에서 직접 수임하여 처리한 성년후견 사건으로, 의뢰인 특정 방지를 위해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아버지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의뢰인을 J, 아버지를 K씨라고 칭하겠습니다.
아버님이 지금 지구대에 계십니다
그날 J에게 전화 온 낯선 번호의 정체는 동네 지구대였다.
“따님 되시죠? 아버님이 마트에서 물건을 그냥 들고 나오셔서요. 보호자분이 좀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J의 머리가 멍해졌다. 평생 단 한 번도 남의 것에 손을 댄 적이 없는 아버지였다.
젊어서는 새벽같이 일하고, 자식들 학비 한 번 밀린 적 없던 사람. 그런 K씨가 마트 물건을 주머니에 넣고 계산대를 지나쳤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실수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엔 우연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비슷한 전화가 한 달에도 몇 번씩 걸려오기 시작하면서, J는 더 이상 외면할 수가 없었다.
택시를 타고 요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다 실랑이가 벌어졌고, 멀쩡히 잘 지내던 이웃에게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손찌검을 하는 일까지 생겼다.
한평생 조용하고 점잖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부터 J가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병원에서 들은 진단명은 알츠하이머 치매, 그리고 알코올 의존증후군이었다.
600만원이 빠져나간 통장
가족을 가장 무너지게 한 건 절도도, 폭행도 아니었다.
어느 날 J는 아버지의 휴대폰에서 은행이 보낸 보이스피싱 예방 안내 문자를 발견했다. 불안한 마음에 통장 거래내역을 떼어 본 순간, J는 숨이 턱 막혔다.
아버지 명의 계좌에서 600만 원이 넘는 돈이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아빠, 이 돈 어디다 쓰셨어요? 누구한테 보낸 거예요?”
K씨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딸을 바라봤다.
“무슨 돈? 나는 그런 적 없는데.”
거짓말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정말로, 진실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누가 시켰는지, 무엇을 위한 돈이었는지,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J는 그제야 깨달았다.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아버지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다음번엔 600만 원이 아니라 아버지가 평생 모은 전 재산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치매 노인의 통장은 너무나 손쉬운 표적이었다.
제가 딸이라니까요?
J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아버지의 주거래 은행이었다. 병원 진단서며 가족관계 증명서며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창구에 펼쳐 놓았다.
“아버지가 치매세요. 보이스피싱으로 이미 600만 원이 빠져나갔고요. 앞으로 이체가 안 되게 막아주실 수 없을까요?”
직원은 서류를 한 장씩 넘겨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많이 놀라셨겠어요. 그런데 고객님, 이미 빠져나간 건은 경찰에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하시고 지급정지를 신청하시는 거고요. 앞으로의 거래를 막는 건.. 계좌 명의자가 아버님이셔서 따님이 신청하실 수가 없어요.”
“그럼 이체 한도라도 확 낮춰주세요. 그건 되잖아요.”
“한도 변경은 아버님이 직접 오셔서 본인 확인을 하시면 가능해요. 그런데..”
직원이 잠시 망설였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건 아버님이 언제든 다시 올리실 수 있는 설정이에요.”
J는 말문이 막혔다. 사실 이미 겪은 일이었다. 지난달 아버지를 모시고 와 한도를 줄여놨지만, 며칠 뒤 아버지는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혼자 은행을 찾아 한도를 도로 풀어버렸다.
무슨 전화였는지, 왜 그랬는지 아버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럼 제가 대리인으로 등록은 안 되나요?”
“지금처럼 판단이 어려우신 상태면, 사실 은행에서 해드릴 수 있는 선을 넘어가요. 법적 권한을 받으신 분이면 모를까.. 죄송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법적으로 권한을 받으신 분’이라는 말이 자꾸 맴돌았다. J는 휴대폰 검색창에 ‘치매 부모님 통장’을 쳐 넣었다. 그렇게 알게 된 단어. 성년후견.
법은 자녀라는 이유로 부모의 재산을 대신 관리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권한 없이 부모의 통장에 손을 대면 횡령이나 불법 증여로 의심받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J는 법무법인 이현의 문을 두드렸다. 성년후견인 신청을 위해서였다.
성년후견이 J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이현에서 J가 처음 제대로 들은 설명은 이랬다.
성년후견은 질병·노령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위해,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법정대리권과 신상결정권을 맡기는 제도다(민법 제9조)

후견인이 되면 거주지·의료·재산에 관한 결정을 본인을 대신해 내릴 수 있다.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닿지 못했던, 은행 창구에서 막혔던 그 '법적 권한'이 J에게 비로소 생기는 것이다.
판단력이 부족한 정도라면 한정후견이, K씨처럼 일상 전반에서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라면 성년후견이 맞다. 이현은 K씨를 성년후견 대상으로 보고 신청을 준비했다.
두 제도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이현이 J와 함께 세운 4가지 전략
겁먹은 딸 한 사람이 법원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현은 J가 단독 후견인으로 선임되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재산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도록 다각도의 전략을 실행했다.

1. 빈틈없이 갖춘 입증자료
뇌 CT 검사상 전두·측두엽 위축 소견과 인지기능검사 결과(KMMSE·CDR), 알코올 의존까지 명시된 전문적인 의료 자료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발생했던 절도·폭행 사건 기록과 법리적으로 촘촘히 연결했다.
"치매라서 그렇다"는 막연한 호소가 아니라, K씨의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음을 의료와 사건 기록 양쪽으로 재판부에 명확히 입증한 것이다.
2. 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J에게는 해외에 사는 남동생이 있었다. 거리도, 시차도 멀어 소통이 쉽지 않았다. 자칫 가족 간 의견이 엇갈리면 후견인 선임 자체가 길어질 수 있는 상황.
이현은 해외 거주자에게 필요한 인증 절차와 동의서를 신속히 안내해 확보했고, 가족 갈등 없이 J가 단독 후견인으로 선임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3. 새어 나가던 재산 틀어막기
이 사건의 핵심이었다. 아버지에게는 신탁된 부동산과 공장 임대수익, 그리고 본인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예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현은 아버지가 기억하지 못하는 고액 이체와 보이스피싱 피해 가능성을 재판부에 강조하며, J가 포괄적인 법정대리권을 가진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어야 할 필요를 입증했다.
후견이 개시되면 아버지가 거주하는 건물·대지를 처분하는 일은 법률상 가정법원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해지고(민법 제947조의2), 그 밖의 중요한 재산을 다루는 행위도 후견 절차의 통제 아래 놓인다. 누군가 아버지를 속여 재산을 빼내려 해도, 이제는 딸과 법원이라는 이중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자산에 비로소 보호막이 씌워진 것이다.
4. 선임 뒤에도 끝까지 책임지기
이현은 K씨의 생활 환경을 상세히 담은 사전현황설명서를 제출했고, 선임 후 J가 법원에 내야 할 재산목록과 사무보고서 작성법을 끝까지 안내했다.
후견인이 된다는 건 권한을 갖는 동시에 의무를 지는 일이기에, J가 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일을 겪는 게, 당신만은 아닙니다
후견 사건에서 이현이 만나는 가족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됐다-라는 출발점은 모두 같다.
미국에서 27년간 선교하다, 알츠하이머와 뇌졸중으로 귀국한 아버지.
괌의 콘도와 매달 들어오는 미국 연금이 있었지만,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누구도 그 재산에 손댈 수 없었다. 병원비와 아버지가 남긴 1,500만 원의 카드빚은 고스란히 딸의 몫이었다. 딸이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뒤, 이현은 법원 허가를 받아 해외 콘도를 적법하게 매각하고 카드빚까지 정리했다.
🔗 부모님 해외 재산, 성년후견인 선임으로 해결한 사례
조울증이 악화된 남편이 카드론과 중복 임대차 계약으로 가족 재산을 무너뜨리던 가정.
남편은 진단서 발급조차 거부할 만큼 비협조적이었지만, 이현은 심문기일 현장에서 그를 설득해 끝내 아내를 한정후견인으로 선임시켰다.
도박으로 3억 원의 빚을 만든 남편.
아내는 이혼 대신 한정후견을 택했고, 이제 남편의 대출·재산 처분에는 아내의 동의가 필요해졌다.
J는 결격 사유가 없었다
법원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해 후견인 후보자의 자격을 엄격히 살핀다. 미성년자, 회생·파산 결정을 받은 사람, 부모를 상대로 소송한 사람 등은 후견인이 될 수 없다(민법 제937조).
다행히 J에게는 이런 결격 사유가 없었고, 무엇보다 그동안 아버지를 실제로 돌봐온 보호자라는 점이 인정되어 단독 후견인으로 선임될 수 있었다.
후견인이 될 수 없는 케이스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성년후견 신청 전 많이 묻는 질문
신청부터 결과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신감정 절차가 필요하면 그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특히 법원의 의사 감정은 대기 인원에 따라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때 미리 준비를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J도 가장 불안했던 건 "이 몇 달을 기다리는 동안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재산이 또 빠져나가면요?
후견 심판이 확정되기 전에도 보이스피싱이나 무단 이체로 재산이 샐 수 있습니다. 이럴 때를 위해 가사소송법상 사전처분 제도가 있습니다.
최종 판결 전이라도 예금 인출이나 부동산 처분을 임시로 묶어둘 수 있고, 신상 보호가 시급하면 임시후견인 선임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습니다. 자산이 일탈할 징후가 보인다면 사건 초기에 곧바로 응급 조치를 검토하는 것이 부모님 자산을 지키는 길입니다.
꼭 변호사를 통해야 하나요?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직접 신청도 가능합니다. 다만 법원은 의료기록·사건기록·재산상황을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다'는 법적 언어로 엮어 소명할 것을 요구합니다.
진단서 한 장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고, 후견인의 대리권 범위 설정과 선임 이후의 재산목록·사무보고서 의무까지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
이 전 과정의 경험 유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듭니다. 비용은 재산 규모와 사안의 복잡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상담에서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부모님이 후견을 거부하시면요?
본인의 의사는 존중됩니다. 그러나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상태가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면, 법원은 본인의 반대에도 후견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사기와 외부 위협으로부터 본인의 자산을 지키는 과정입니다. 다만 반대가 클수록 법원은 신중해지므로, 진단서와 사건 자료 등 객관적 소명자료를 충실히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형제가 제가 후견인이 되는 것을 반대하면 어떻게 되나요?
가족 간 갈등이 심해 특정 구성원이 후견인이 되는 것이 피후견인의 복리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본인의 의사·건강·생활관계·재산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립적인 제3자(변호사·전문가)를 후견인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 간 동의를 미리 조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J의 사례에서 이현이 해외에 있는 동생의 동의를 먼저 확보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버지 재산을 관리하면, 나중에 형제들과 상속 다툼이 생기지 않을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후견인은 법원의 감독 아래 매년 재산목록과 사용 내역을 보고하며 재산을 관리합니다. 모든 지출이 법원이 인정하는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훗날 다른 형제가 제기할 수 있는 재산 은닉이나 횡령 의혹으로부터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가 됩니다.
후견인이 되면 부동산 매각이나 수술 동의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권한에는 절차가 따릅니다.
신상 영역에서, 부모님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태라면 의료행위 동의·거주 이전·복지서비스 선택을 후견인이 결정할 수 있지만, 격리나 생명·중대장애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 동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민법 제947조의2).
재산 영역에서, 피후견인이 거주하는 건물·대지의 처분은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제947조의2 제5항). 반면 금전 차용, 중요한 재산의 권리변동, 소송행위, 상속의 승인·포기·분할 협의 등은 후견감독인이 선임되어 있다면 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이며(제950조), 가정법원은 후견개시 심판에서 후견인의 대리권 범위를 정하며 특정 행위에 허가를 받도록 정할 수도 있습니다(제938조).
망설이는 사이에도, 시간은 아버지 편이 아닙니다
슬프지만, 치매는 멈추지 않습니다. 인지 능력이 저하된 부모님을 모시는 일은 자녀에게 큰 인내를 요구하지만, J가 마주했듯 인내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위험들이 많습니다.
성년후견인 신청은 부모님의 남은 여생을 타인의 위협과 예기치 못한 사고로부터 지켜내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책입니다. 더 버거운 일이 닥치기 전에,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준비하는 게 우리 가족을 위한 일입니다.
법무법인 이현은 치매·조울증·알콜중독·도박중독 등 다양한 후견 사건에서 가족이 마주한 막막함을 함께 풀어왔습니다. 지금 가정이 위태롭다고 느끼신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J가 그랬듯, 정확한 진단과 따뜻한 조언으로 함께 길을 찾아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