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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으로 갔다면, 더 잃을 뻔했다
실제 사례
이혼 당사자

재판으로 갔다면, 더 잃을 뻔했다

본 사례는 법무법인 이현이 직접 수임해 종결한 실제 사건입니다. 의뢰인 특정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정황은 각색했으며, 본 글에서 의뢰인을 M이라 부르겠습니다.


결혼 3년 차.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남편, 신도시의 아파트,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 신혼이었다.

문제는 다툼이 있는 날이었다. 싸운 날 밤이면 남편은 M을 재우지 않았다. 잠들 만하면 깨우고, 또 깨웠다. 강한 힘 앞에서 자리를 피하는 것조차 어려운 날들이었다.

한밤중 부부 갈등을 그린 한국 웹툰풍 일러스트

어느 날은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안마방 검색 기록이 거기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게 뭐야."

"...남의 폰은 왜 뒤져?"

돌아온 건 사과가 아니었다. 되레 큰소리였다. 화가 나면 한밤중에 집 밖으로 내쫓기도 했다. M의 어머니까지 싸잡아 깎아내렸다.

폭력은 멍으로만 남는 게 아니다. M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정신과에 다닐 수밖에 없었다.

결혼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걸, M은 자기 일이 되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별거 한 달째 되던 날, 결국 이현의 문을 두드렸다.

수면 방해에 신체적 제압, 폭언과 모욕. 이런 것들도 가정폭력을 이유로 한 이혼에서 '부당한 대우'의 증거가 됩니다.

위자료를 최대한 많이 받고 싶어요

상담실 의자에 앉은 M은 준비해 온 종이를 내밀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날짜별로 적어 온 거였다.

"이 사람이 한 짓, 법정에서 다 밝히고 싶어요. 위자료도 최대한 받고 싶고요."

그녀가 원한 건 분명했다. 재판. 그동안 겪은 걸 법정에서 낱낱이 밝히고, 위자료를 최대한 받아내겠다는 것.

그럴 만했다. 상담 변호사도 처음엔 같은 그림을 그렸다. 유책 사유를 근거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끌어올리고, 위자료를 높게 부르고. 교과서대로라면 그게 맞았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게, 한쪽만의 잘못으로 무너지는 일은 드물다. 이 사건도 그랬다.

법무법인 이현의 이 사건 이혼 담당 변호사가 작성한 보고서 중 발췌

상대방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 요구는 크게 두 가지였다.

"이혼은 나도 원해. 그런데 당신도 유책이 없는 건 아니잖아. 증거도 있고. 서로 좋게, 조용히 끝내자."

그리고 덧붙였다. 재산분할은 못 해주겠다고. 신혼집 보증금에 공동명의 대출이 끼어 있어 당장은 정리가 어려우니, 일단 이혼부터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협의하자는 거였다.

변호사는 M에게 솔직하게 얘기했다. 재판은 양날의 칼이라고.

상대의 흠을 들추는 자리는, 곧 내 흠도 들춰지는 자리다. 이긴다 해도 진흙탕을 한참 구른 뒤일 테고, 그 시간과 감정의 값은 위자료 몇백만 원으로 메워지지 않는다.

M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조정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문제는 남편의 그다음 요구였다. 실무에서 이 말만큼 위험한 게 없다.

“일단 이혼부터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정리하자.”

오해는 말자. 이혼을 먼저 한다고 재산분할 받을 권리가 곧바로 사라지진 않는다. 이혼한 날부터 2년은 따로 청구할 수 있으니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헤어지고 나면 상대가 협조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처럼, 합의서 밑에 정산 안 된 제3자 빚이 조용히 깔려 있을 때다.

한 가지 더, 친정 빚

서류를 넘기던 변호사의 손이 한 줄에서 멈췄다.

"어머니가 남편분한테 돈 빌리신 적 있죠? 작년 5월쯤."

"아... 네. 천만 원. 엄마가 급하다고 하셔서 빌린 건데.."

M은 머뭇거리다가 덧붙였다.

“왜요..? 혹시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나요?”

상관이 있다. 남편이 M의 친정어머니에게 1,000만 원을 빌려줬다. 이체된 기록이 또렷이 남아 있었고.

법적으로 이 빚은 이혼과 별개의 채권이다. 그래서 그냥 두면, 이혼이 끝난 뒤 남편이 장모를 상대로 따로 대여금 소송을 걸 수도 있다. 이자까지 더하면 1,070만 원.

사실 대단한 발견은 아니다. 얽힌 돈은 이혼할 때 같이 터는 게 상식이니까. 문제는, 이혼을 준비하는 동안 감정적으로 지쳐서 이런 '가족 명의로 된 빚'을 의외로 잘 빠뜨린다는 데 있다.

이혼은 깔끔하게 끝났는데 1년 뒤 친정어머니 앞으로 소장이 날아드는 일은, 그래서 생긴다. 빠뜨리지 않고 합의 테이블에 같이 올려야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재산분할 정산과 조정조서 설계

진흙탕 싸움을 피하고 한 번에 끝내기 위해서, 이 사건에서 중요했던 건 정산이었습니다.

남편이 M에게 줘야 할 돈과 남편이 친정어머니에게 빌려준 돈을 이혼 합의 단계에서 통째로 갈무리했습니다. 흔히 이런 방식을 '상계(퉁치기)'라고 부르지만, 법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상계는 아닙니다.

한쪽은 부부 사이의 문제고, 다른 쪽은 사위와 장모 사이의 문제라 돈을 주고받을 법적 당사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민법상 상계가 곧바로 성립할 리 없었죠.

그래서 이현은 합의서 문구에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남편의 대여금 채권은 '변제 완료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한 뒤, 그 금액만큼을 M이 받을 재산분할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한자리에서 깔끔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이혼 합의 후 조정조서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합의서에는 두 가지 안전장치를 더했습니다.

  • 첫째, 위약금 2,000만 원 조항: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법원에서 이혼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어느 한쪽이라도 약속을 깨면 상대에게 2,000만 원을 물어내야 합니다. 서명 후 마음이 바뀔 틈을 돈으로 단단히 묶어둔 것입니다.

  • 둘째, 부제소 합의와 비방 금지:
    이번 혼인 생활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위자료든 재산분할이든 민·형사·가사 불문하고 향후 어떠한 법적 청구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서로의 사생활을 폭로하지 않도록 입을 닫기로 못 박았습니다. 양쪽 모두 들추어봐야 좋을 게 없는 과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혼 조정조서 중 부제소합의에 대한 문장 발췌

이혼 합의서, 법적 효력 있을까? 종잇조각이 되지 않으려면

여기서부턴 비단 M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비슷한 처지라면 누구나 알아둬야 할 얘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사자끼리 작성한 이혼 합의서도 ‘계약’으로서의 효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리스크가 있습니다. 합의서 한 장만으로는 상대방에게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상대가 약속을 어기고 돈을 주지 않는다면, 그 합의서를 증거로 삼아 다시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의 판결(집행권원)을 받아내야 합니다. 헤어지기 위해 시작한 일이 또 다른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죠.

계약서는 약속이 깨졌을 때를 대비하는 것인데.. 사적으로 쓴 합의서만 들고 가서는 상대방의 통장을 압류하거나 재산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결국 상대가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판결문을 얻기 위해 또다시 지루한 법정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현은 M의 사건을 진행하며 당사자 간의 합의 내용을 처음부터 법원의 조정조서로 전환하여 확정 지었습니다. 조정조서는 대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지급 기일을 날짜까지 명확히 못 박았기 때문에, 만약 남편이 그날 약속된 금액을 입금하지 않으면 별도의 재판을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통장 압류 등의 강제집행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급이 늦어지면 지연손해금까지)

약속이 깨지더라도 언제든 강제로 받아낼 수 있는 안전판을 확보한 셈입니다.

재판 없이 끝낼 이혼 합의서 5가지 지뢰, 지급기일 위약금 부제소 합의 누락 주의

이혼 합의 시 가장 많이 후회하는 5가지 지뢰

정리하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이혼 합의를 진행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지점은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 지급 기일 미비:
    분할할 액수만 대충 적어두고 정작 언제까지 줄지를 비워둔 합의서

  • 안전장치 부재: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위약금이나 지연손해금 조항의 누락

  • 독소 조항 방치:
    나중에 숨겨진 재산이 추가로 발견되더라도 전혀 청구할 수 없게 묶어버리는 잘못된 부제소 합의 문구

  • 제3자 채무 누락:
    별거 기간 중 발생한 생활비나 가족 간에 빌려준 돈 등 얽혀 있는 채무의 미정산

  • 공신력 확보 실패:
    합의서를 공증이나 조정조서로 전환하지 않아 강제집행 권한을 누락하는 절차적 실수

이 중 두세 가지만 비어 있어도,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받아낸 합의서는 시간이 지나 결국 한 장의 무력한 종잇조각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Q&A로 보는 이혼 합의서 요약

우리끼리 쓴 이혼 합의서도 법적 효력이 있나요?

계약으로서의 효력은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약속을 어겨도 그 합의서만으로는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습니다. 다시 소송을 걸어 판결을 받아야 하죠. 그래서 처음부터 조정조서로 만들어 두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위약금 조항은 무조건 크게 적을수록 좋은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합의금 규모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위약금은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전체 규모를 고려해, 심리적 압박은 충분하되 법적으로 유지되는 선을 찾는 게 핵심입니다.

배우자가 우리 가족에게 빌려준 돈도 이혼하면서 같이 정리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그 채권은 이혼과 별개입니다. 다만 합의·조정 단계에서 재산분할금에서 공제·정산해 한 번에 정리하는 설계가 가능합니다. 그대로 두면 이혼 뒤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번질 수 있으니, 합의서를 쓰기 전 반드시 점검하세요.

빨리 끝내고 싶은데, 조정은 시간이 더 걸리지 않나요?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양측이 이혼에 합의한 상태라면, 협의이혼의 숙려기간 없이 조정으로 비교적 빠르게 끝낼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며, 정확한 판단은 반드시 변호사와의 개별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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