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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엄마가 살아있어도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18스5)
실제 사례
조부모

친엄마가 살아있어도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18스5)

결론부터.

친엄마가 살아있어도 조부모는 손주를 입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자동으로 허가하지는 않고, 그 입양이 아이의 복리에 맞는지를 따로 심리합니다(대법원 2021. 12. 23.자 2018스5 결정).

어느 날 밤, 스무 살 갓 넘은 딸이 아이를 안고 친정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혼인신고를 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낳은 아이였습니다. 너무 이른 출산이었죠.

그렇게 7개월이 지난 어느 날, 딸은 갓난 손주를 부모 집에 두고 떠났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날부터 아이를 키운 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였습니다.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고, 첫 걸음마를 붙잡아주고, 유치원 등·하원을 챙기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전부 외조부모의 몫이었습니다.

조부모 손주 입양 사연, 아이를 키워온 외조부모의 헌신 세 장면

(↑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되었습니다)

아이는 두 사람을 엄마, 아빠라고 불렀습니다. 친척도, 동네 사람도 그렇게 알았고요.

손주가 학교 갈 나이가 되어갈 무렵, 외조부모는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이 아이 부모인데. 법적으로도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친엄마, 친아빠에게 입양 동의서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외조부모는 가정법원에 입양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가족의 족보가 먼저인가, 아이의 행복이 먼저인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좀 다른 각도로 물었습니다.

친족관계가 헷갈린다며 막아선 1심과 2심

조부모 손주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한 1심 심판문

1심과 2심 법원의 대답은 차가웠습니다

입양을 허가하면 외할머니가 엄마가 되고, 친엄마는 누나가 됩니다.

1심과 2심은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이유는 더 있었습니다. 지금 외조부모가 아이 키우는 데 별 지장이 없지 않냐, 굳이 입양까지 안 가도 미성년후견 제도로 충분히 해결된다는 거였죠. 나중에 아이가 진실을 알면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숨기기보다 사실대로 알려주는 편이 낫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혈연으로 짜인 친족 질서를, 아이가 겪는 현실의 불편보다 앞에 둔 셈입니다.

결정문을 받아든 외조부모 심정이 어땠을까요. 주민센터에서 서류 한 장 뗄 때마다 부딪히는 벽, 아이가 호적 문제로 상처받을까 졸이는 마음. 그런 건 결정문 어디에도 담기지 않았으니까요.

조부모 입양에 관한 법리를 제시한 대법원 결정문

대법원: 친엄마가 살아있어도 막을 이유는 없다

대법원에서 흐름이 바뀝니다.

민법이 입양을 금지하는 건 존속과 연장자뿐입니다(민법 제877조). 혈족인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하는 것 자체를 막는 규정은 없다, 대법원은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친엄마가 살아있다는 사정만으로 입양을 못 막는다고도 했고요.

기준은 딱 하나였습니다. 이 입양이 아이(사건본인)의 복리에 가장 맞느냐(민법 제867조).

친부모가 못 키우는 상황에서 조부모가 부모 마음으로 아이를 거두고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다면, 그게 아이에게 더 이로울 수 있다.

더구나 어릴 때부터 조부모를 진짜 부모로 알고 자랐다면, 법으로도 실제에 맞게 부모·자녀 관계를 맺어주는 편이 복리에 부합한다. 대법원은 그렇게 봤습니다.

대법원 2018스5 판결문 중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해야 한다는 문장 발췌

다만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 입양을 직접 허가해준 건 아닙니다.

"입양을 불허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결정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이죠.

조부모도 복리에 맞으면 입양할 수 있다고 길을 터준 것이지, 모든 조부모 입양을 자동으로 통과시킨 게 아닙니다.

쉽게 결론 난 사안도 아니었습니다. "친엄마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조부모가 부모 자리를 대신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관 3인의 반대의견이 따로 붙었으니까요.

그래서 심사는 오히려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길이 열렸다고 신청서만 내면 도장 찍어주느냐. 아닙니다. 가정법원은 이런 것들을 파고듭니다.

손주 입양 허가 심사 3가지 기준, 입양 의사 동의 관계 형성 확인

정말 '부모'가 되려는 건지부터 봅니다. 양육에 필요한 법정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만 챙기려는 게 아니라, 양친자라는 새 신분관계를 맺고 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려는 실질적인 입양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친부모 동의가 확정적인지도 확인합니다. 나중에 마음을 바꾸지 않도록 입양의 법률 효력, 파양, 동의 철회 가능성까지 충분히 안내받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확정적으로 동의했는지. 형편 어려운 친부모가 떠밀리듯 서명한 건 아닌지까지 들여다봅니다.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는지도 따집니다. 아이 나이, 그동안의 양육 상황, 가족과 친척이 이 입양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두루 살핍니다.

대법원 2018스5 판결문 중 1·2심을 뒤집은 핵심 논리

"아이한테 입양 사실을 영영 숨기고 친부모인 척 키울겁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입양 사실을 안 알린다는 이유만으로 입양 의사를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친자식인 양 위장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어렵다고 봐서, 심사가 한층 신중해집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비밀 입양 주장이 입양을 어렵게 만든 요소로 지적됐습니다.

후견과 입양, 무엇이 다를까

"미성년후견인만 되면 키우는 데 문제없다던데, 왜 굳이 입양까지 하나요?"

법원에서 입증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두 제도의 차이를 먼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분

미성년후견

입양(민법상 일반입양)

성격

임시적 보호

영속적 부모·자녀 관계

종료

아이가 성년이 되면 자동 종료

자동 종료 없음(법정 파양 사유 있을 때만)

친부모 친권

능력 회복 시 친권을 되찾을 수 있음

친권이 양부모에게 넘어감

상속·부양

후견인에게 발생하지 않음

친자관계로 발생

양육 권한

친권자에 준하는 권한 행사

친권자로서 행사

표에서 보듯 양육 자체는 후견으로도 됩니다. 후견인이 되면 친권자에 준하는 보호·양육권, 거소지정권, 법정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동안 법원이 "입양 말고 후견으로 충분하다"며 입양을 미뤄온 거고요.

차이는 영속성입니다. 후견은 아이가 성년이 되면 끝나고, 친부모가 양육 능력을 되찾으면 친권도 되돌아갑니다. 끝내 법적 부모는 못 되는 셈이죠.

반면 입양은 영속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만듭니다. 상속이나 부양 같은 친자관계의 효력이 생기고, 관계가 흔들림 없이 이어집니다. 결국 후견이냐 입양이냐는 "양육이 되느냐"가 아니라 "영속적인 부모가 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조부모도 입양 자격이 될까요?

됩니다.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하는 건 민법상 일반입양이고, 성년(만 19세 이상)이면 자격이 있습니다(민법 제866조). 자격 요건이 생각보다 단순하다는 뜻입니다.

흔히 말하는 "만 25세 이상" 요건은 보호대상아동을 입양하는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절차에 적용되는 것이라,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하는 일반입양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부부라면 함께 입양해야 하고(민법 제874조), 존속이나 연장자는 입양할 수 없는데(민법 제877조) 손주는 조부모의 존속이 아니니 여기 걸리지 않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건 자격이 아니라 복리

법은 '완벽하고 돈 많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닙니다. 가정법원은 아이의 복리를 위해 양육 상황, 입양 동기, 양부모의 양육 능력, 그 밖의 사정을 살펴 허가 여부를 정합니다(민법 제867조 제2항).

대단한 자산가가 아니어도 된다는 뜻입니다. 경제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환경이 된다는 걸 객관적인 자료로 보여주면 됩니다.

다만 아이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 그러니까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성범죄, 마약 관련 전력 같은 사정은 법원이 가장 매섭게 들여다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있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 양부모 교육을 의무로 듣고 이수증명서를 법원에 내야 한다는 절차는 보호대상아동을 입양할 때(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적용되는 요건입니다.

조부모가 직접 키우던 손주를 입양하는 민법상 일반입양과는 적용되는 법이 다릅니다. 그러니 본인 상황이 어느 쪽인지부터 정확히 가려야 합니다.

물론 의무 교육이 없다고 그냥 통과되는 건 아닙니다. 법원은 심리 과정에서 가사조사관의 조사나 상담을 진행하고, 사안에 따라 상담이나 부모교육 수강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형식 요건과 별개로, 부모로서의 준비 상황은 어차피 점검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망설일수록 미뤄지는 건, 아이의 안정입니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 자기 정체성이 생기고, 제 손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볼 나이가 되면 어떨까요. 연락 끊겼던 친부모가 어느 날 나타나 친권을 주장하는 일도 없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할머니를 엄마라 부르며 달려오는 손주, 조부모 입양 사례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미성년후견이나 친권 제한 같은 제도로 버틸 길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 보호입니다. 영속적인 부모 자리를 지켜주는 건 결국 입양이고요.

가정법원 허가를 받는 길이 간단하진 않습니다. 서류 몇 장으로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가사조사관의 조사와 판사의 심리를 통과해야 하니까요. 더구나 이 사건처럼 친부모가 살아있으면, 왜 친부모가 못 키우는지, 동의가 진심에서 나왔는지,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봅니다.

그래도 제대로 준비하면 길은 열립니다.

"우리가 이 아이의 진정한 엄마, 아빠입니다."

이 진심을 법원이 알아듣는 증거와 법리로 옮겨줄 사람을 찾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조부모 손주 입양 핵심 5가지 질문 정리

손주 입양 전 알아야 할 5가지

친엄마(친부모)가 살아있어도 조부모가 입양할 수 있나요?

있습니다. 대법원은 친부모가 생존해 있다는 사정만으로 조부모의 입양을 막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2018스5). 다만 그 입양이 아이의 복리에 맞는지는 법원이 따로 심리합니다.

입양하면 친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완전히 끊기나요?

일반입양은 끊기지 않습니다. 입양 뒤에도 아이와 친생부모의 친족관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민법 제882조의2 제2항). 이 점이 관계가 단절되는 친양자 입양과 다릅니다. 다만 친권은 양부모가 행사하게 됩니다.

그럼 성까지 바꾸는 친양자입양으로 하면 안 되나요?

조부모와 손주 사이에서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친양자입양을 하면 아이는 양부모 부부의 혼인 중 출생자로 보고 친생부모와의 관계가 끊깁니다(민법 제908조의3). 그런데 조부모가 손주를 친양자로 들이면 친엄마는 여전히 조부모의 딸이어서, 아이와 친엄마가 법적으로 자매가 되고 모녀 관계는 사라지는 신분 모순이 생깁니다. 그래서 조부모의 손주 입양은 일반입양으로 진행합니다.

후견인이 되면 되는데 굳이 입양해야 하나요?

양육 자체는 후견으로도 가능합니다. 차이는 영속성입니다. 후견은 아이가 성년이 되면 끝나지만, 입양은 영속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만들고 상속·부양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입양 사실을 아이에게 숨기고 키워도 되나요?

대법원 다수의견은 알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입양 의사를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친자식인 것처럼 위장하는 게 목적이면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어렵다고 보아 심사가 더 신중해집니다.


※ 본 글은 대법원 2021. 12. 23.자 2018스5 결정(미성년자 입양허가)을 바탕으로 작성된 일반적 정보 제공용 콘텐츠이며, 개별 사건의 결과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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