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명의신탁 해지, 아들이 몰래 잡은 16억의 근저당 돌려받기까지
40년 동안 지켜온 재산
1970년대 후반, 경찰공무원이었던 김태석 씨(가명)는 가족 중 유일하게 소득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내 이정순 씨(가명)는 전업주부로, 결혼 이후 단 한 번도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김태석 씨는 혼자 번 돈으로 집을 사고, 팔고, 더 큰 곳으로 옮겨가기를 반복했습니다. 1989년에는 상가주택을 사면서 아내의 강한 요청으로 지분 절반을 아내 명의로 올렸습니다.
매매대금은 이번에도 전부 김태석 씨 돈이었습니다. 매매대금 전액이 김태석 씨 계좌에서 나갔지만, 등기는 여전히 부부 공동 명의로 남았습니다. 명의신탁이 되었던 것이죠.
김태석 씨에게 이 지분은 서류상 절차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재산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다만 이때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 "말로만 오간 합의"를 30년 뒤 법정에서 증명해야 하는 날이 올 줄은요.

아내의 건강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일
2019년 8월, 아내 이정순 씨의 당뇨와 고혈압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반드시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면서, 딸이 곁에서 함께 지내며 돌봤습니다.
바로 그해부터 3년에 걸쳐 아내 명의 지분에 채권최고액만 16억 2천만 원의 근저당이 잡혔습니다. 설정한 사람은 아내를 간호를 하며 함께 있던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습니다.
근저당을 막기 위해서는
이상함을 느낀 김태석 씨와 다른 자녀들이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은 건 2021년 11월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세 건의 근저당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무도 동의한 적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김태석 씨가 마주한 문제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시간, 지금 당장 막지 않으면 재산이 더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증거, "이 재산이 원래 내 것"이라는 걸 뒷받침할 서면 계약서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부 사이에 오간 구두 합의를, 40년 전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
이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소송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재산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묶는 것이었습니다. 소송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에 지분이 다시 팔리거나 추가로 담보가 잡히면, 나중에 소송에서 이겨도 되찾을 재산 자체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2021년 12월 4일,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김태석 씨 측이 낸 소명자료를 근거로, 6천만 원 공탁과 보증보험증권 제출을 조건으로 2022년 1월 2일 가처분을 인용했습니다. 등기부 확인부터 가처분 인용까지 두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명의신탁 해지, 40년 전 구두 합의를 증명하려면
가처분으로 시간은 벌었지만, 진짜 싸움은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이었습니다. 서면 신탁계약서가 없는 상황에서 "이 지분은 사실 내 것"이라는 걸 법원에 납득시켜야 했습니다.

이현은 이렇게 풀어냈습니다.
1981년, 1989년, 1990년, 1992년 — 40년에 걸친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전부 다시 모았습니다. 이사 다닐 때마다 사고판 집들의 계약서를 하나하나 확보했습니다.
각 거래마다 매매대금이 어느 계좌에서 나가 어느 계좌로 들어갔는지 계좌 내역으로 추적했습니다. 상가주택을 팔아 받은 9억 6,500만 원이 전액 김태석 씨 명의 계좌로 들어갔다는 것, 그 돈이 다시 지금 건물을 사는 데 쓰였다는 것까지 끊김 없이 이어 붙였습니다.
김태석 씨가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며 가족 중 유일한 소득원이었다는 사실을 경력증명서로 뒷받침해, 아내에게는 애초에 이만한 돈을 낼 경제력이 없었다는 정황까지 함께 세웠습니다.
한 건의 계약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40년 동안 여러 번 반복된 거래 하나하나가 전부 "돈은 항상 김태석 씨에게서 나왔다"는 같은 결론을 가리키도록 만드는 것. 이게 이현이 이 사건에서 한 핵심 작업이었습니다.
상대방이 다툴 수조차 없었던 결과
결국,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김태석 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지분 전체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무변론 승소였습니다. 상대방이 답변서조차 내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증거가 워낙 촘촘해서 다툴 지점 자체가 남아 있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가처분 신청부터 최종 승소까지 걸린 시간은 7개월. 40년 전 구두 합의를, 그것도 상대방이 반박할 여지조차 없이 증명해낸 결과였습니다.
40년 넘게 자기 돈으로 지켜온 재산의 절반. 아들이 몰래 담보로 잡으려 했던 아내 명의의 그 지분은, 이렇게 다시 김태석 씨의 이름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의신탁 해지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실제 소유자(신탁자)와 등기부상 명의자(수탁자)가 다를 때, 신탁자가 그 신탁관계를 끝내고 자기 이름으로 소유권을 되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종중이 문중 땅을 개인 명의로 맡겨둔 경우처럼 집안 전체 재산에서도, 이번 사건처럼 부부·가족 사이 개인 재산에서도 똑같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명의신탁 계약서가 없는데도 증명할 수 있나요?
네. 이 사건도 서면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오간 합의(묵시적 명의신탁)였습니다. 매매대금 출처, 계좌 내역, 소득 관련 자료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면 증명이 가능합니다.
Q. 근저당이 이미 설정된 뒤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네. 가처분은 이미 설정된 근저당을 없애는 절차가 아니라, 그 이상의 추가 처분(매매, 양도, 추가 담보 설정 등)을 막는 절차입니다. 재산을 온전히 되찾으려면 소송이 끝나기 전에 먼저 묶어두는 게 순서입니다.
Q. 근저당을 설정한 자녀를 상속에서 배제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상속결격 사유는 고의 살해·살해미수·상해치사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무단처분 사실만으로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형평을 맞추려면 기여분이나 유류분 청구를 검토해야 합니다.
이 글은 실제 상담·소송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일부 이미지는 AI 생성 연출 컷입니다.
